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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시험/수업참고

1. 토론 수업을 진행한 계기들 (1-1. 역사란 무엇일까?)

by 대군장 2022. 12. 13.

- 출처: 2018개정 동아시아사 교사용 지도서 (금성출판사)

장곡고등학교 손OO 선생님의 글

 

<역사란 무엇일까?>

2013년, 꿈에 그리던 역사교사가 되었다. '역사다운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가슴속에 새기며 교실에 들어갔다. 그러나 교실을 나오며 '역사다운 역사'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혼란스러웠다. 역사교사로서 '역사'가 왜 우리 삶에 필요한지, 왜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나 자신부터 다시 정립해야 했다. 그러던 중 역사와 역사교육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를 만났다. 어느 날 맞닥뜨리게 된 택시기사님과의 대화였다.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가던 길, 택시 기사님이 심심하셨는지 말을 걸었다. "손님은 뭐하시는 분이세요? 직장 다니시나? 학생?" 나는 답했다. "저는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택시 기사님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는지 함박웃음을 짓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

 

 

"역사요? 역사 중요하죠. 저도 어렸을 때 참 역사 잘했어요. 국사 시험만 쳤다 하면 교과서를 달달 외워서 백 점을 맞았으니 말이에요. 아직도 생각나요. 그런데 참. 요즘 유관순이 역사 교과서에 서술이 안 되어 있다면서요? 참 요즘 역사교육 엉망이에요. 엉망. 역사교육이 올바르게 되어야 하는데! 참, 그래도 역사가 수능 과목에서 필수가 되었다면서요! 이건 참 잘된 거 같아요. 역사교육이 정상화가 되어가는 거죠. 역사교사로서 참 기쁘시겠어요! 허허."

 

 

이 말을 들은 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대략 네 가지의 질문이 떠올랐다.

 

첫째, '역사를 잘한다.'는 개념은 무엇일까? 택시 기사님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맞았기 때문에 역사를 잘하였다고 했다. 높은 점수를 받으면 역사를 잘하는 것일까? 수많은 학생이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나에게 '역사 배틀'을 하자며 도전한다. 역사 배틀이란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역사적 사건에 관해 서로 묻고 답하는 것이다. 아는 역사적 사실이 많으면 그것이 곧 역사를 잘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일까?

 

둘째, '역사=한국사'일까? 대부분 사람은 역사가 중요하다며 역사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십중팔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 역사를 잘 알아야 한다.'라고 답한다. 사람들 머릿속의 '역사'에는 세계사 개념이 제외되어 있다. 주변의 친한 친구들도 내가 한국사 외에 동아시아사를 가르치며, 교사를 뽑는 임용시험에는 동아시아사, 아프리카사까지 출제된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대개 사람들은 역사 선생님을 '국사' 선생님으로 생각한다.

 

셋째, '역사를 잘 가르친다.'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택시기사님은 교과서와 관련된 논란을 언급하며 역사를 잘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교과서에 있는 사실을 그대로 가르치는 것이 잘 가르치는 것인가? 개인적으로 교과서 파동이 일어날 때마다 씁쓸한 소외감을 느꼈다. 교과서가 학교 교육현장에서 사용되는 범 대중적인 텍스트이며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과서를 재구성하고 실제 수업을 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임이 분명한데도 교사의 학습지나 활동지,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언급은 역사교육의 논의에서 거의 없기 때문이다.

 

넷째, '올바른 역사교육'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역사교육이 잘못되고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어떠한 내용이 교과서에 잘 서술되어 있는지가 '바른 역사교육'의 판단 기준일까? 어떤 상태가 정상적인 역사교육 상태일까? 우리는 과연 '정상적인' 역사교육을 경험해 본 적은 있을까? '올바른'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은 2016년 많은 역사교사를 자괴감과 분노에 빠뜨렸던 정부의 '국정 교과서' 정책으로 더욱 깊어졌다.

 

두 번째 질문을 제외한 나머지 질문들은 확실한 정답이 없다. 모두의 생각과 가치판단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역사교사로서 이 질문들에 대한 나만의 대답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질문들은 결국 한 가지 질문이 다른 형태로 표현된 것이다. 그 질문은 '역사가 무엇이길래, 왜 배워야 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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